세계의 좋은 도시들은 거의가 좋은 강이나 해안을 끼고 형성되었다.  작게는 마을과 마을도 하천과 내를 끼고 만들어진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배산임수라는 지형은 어느 곳에서나 적용가능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언제든 홍수나 범람으로 위협받기도 해서 물을 잘 이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나는 서울을 갈 때마다 한강대교를 기차로 지나는데 조금 있으면 내려야하고 짐을 챙겨야 하는 시간이지만 그다지 볼 것없는 한강에 항상 눈길을 줬었다. 한강은 그때마다 마음만은 편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로 다가온다. 

하지만 행사때문에 간혹 찾게 되는 서울 고수부지앞에서 보는 한강은 병풍처럼 늘어선 아파트숲으로 인해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이 함께 찾아오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한강은 친수공간으로 가깝게 느끼기에는 너무도 넓고 크서 그저 바라다보기만 할 뿐 쉽게 몸을 맡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은 내게 아니었다. 그래서인가 영화 '괴물'처럼 그저 그런 동물들이 살아갈 법도 한 그런 공간으로 상상되나보다. 

물을 잘 다스리는(치수) 것과 더불어 잘 이용하는(이수) 것이 훨씬 중요해진 요즈음 치수와 더불어 이수로 성공한 사례인 비엔나의 도나우 시티를 소개할까 한다.
  
  

도나우인젤(Donauinsel)과 도나우시티(Donau City)의 위성사진 모습.

도나우인젤은 도나우강의 범람과 홍수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길이 21km, 폭은 약 70~210m 에 이르는 인공섬이다. 이 섬은 1972년에 시작해서 1988년에야 매립이 완공되었고, 매립이 끝난 4년후인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섬내의 각종 건물과 시설들을 완공하였다. 도나우인젤의 건설은 초기 엄청난 정치적 반대과정을 겪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훌륭한 홍수조절기능과 레크레이션과 수변공원의 기능을 담당해서 이곳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 수영, 카누, 철인3종경기 등에 유럽각지에서 3백만명 이상이 몰려오고 있는 명소이다. 특히 이곳은 유럽에서 소문난 nude-beach 중의 하나이다.  

도나우시티는 Neue Donau(뉴도나우) 옆에 성장하는 도시의 기능을 통합하기 위한 복합주거, 상업, 관공서 건물들을 만들기 위해 비엔나 건축가인 Krischanitz and Neumann의 계획하에 1995년부터 2012년까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곳으로서 비엔나의 22번째 District 이다. 도나우시티에는 아파트 1,500세대와 초등학교, 유치원도 있으며, 유명 상업적 건축물들과 UNO-Donau City가 들어가 있는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몇 개의 유엔산하기구들이 들어와 있다. 비엔나 시는 약 10억달러의 비용을 들여 유엔단지를 만들면서 유엔에 거의 무상으로 공급해주었다. 도나우시티는  주거인구 5,000명, 상업지구 15,000명이 일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작은 규모로 만들어진 곳인데 이곳 주민들뿐아니라 비엔나 시민전체에게 좋은 수변 레크레이션 공간으로 더욱 각광받는 곳이다.



Google Earth에서 제공하는 도나우시티의 주요건물들의 3D 사진 모습. 오른쪽 반달모양(사실 삼면이 반달모양으로 되어 있다)의 건물이 유엔 건물들이다.


덜루간과 마이슬(Delugan & Meissl) 이라는 부부건축가가 설계한 Beam Donau City 건물 모습. 길이 200m에 이르는 육중한 건물을 버팀목들로 들어올렸다. 콘크리트 건축의 무미건조함을 줄이기 위해 건물바닥면에 노출된 부분에 목재데크를 사용하여 부드러움을 주었다.  



Ernst Hoffmann 이 2003년에 설계완공한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진 '뜨있는 건물'인 strabag House이다. 4층까지는 좁은층이고, 4층이상부터 18층까지 넓은층으로 만들어 놓았다.


IZD-Tower 의 모습. 비엔나에서 가장 큰 fitness center 이다. 건물전체가 레저를 위한 강습회와 상점들로 이루어져 있고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 등이 있다. 37층 높이의 건물로 맨 위층이 바깥으로 12m 돌출되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Beam Donau City 건물과 다른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apt 내의 어린이 놀이터의 모습. 그리고 노출콘크리트 기둥면 사이에 사람모양의 철근조각을 배치해서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따뜻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가 돋보였다.



도나우 인젤과 도나우 시티옆의 뉴도나우 강가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혹고니 가족의 모습. 한국에서도 고니가 천연기념물 201호로 지정되어 있고, 더욱이 혹고니는 고니중에서도 귀해서 매우 희귀한 철새인데 이곳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카메라를 바로 옆에서 들이댔는데도 전혀 미동조차 없는 것이 신기하다.   


 
도나우 시티의 모습들.
반달모양의 쌍둥이 건물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등이 있는 UNO-City 이다. 수변공간을 잘 조성해서 누드비치로 사용되고 있고, 요트나 보트 등과 같은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 후보로 나온 여러 사람들이 한강개발을 공약사항으로 삼았었다.  최근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한강f르네상스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등 야심찬 한강개발사업을 구상중인데 비엔나의  도나우인젤과 도나우시티 사례는 정말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한강만큼 큰 강을 도심 중간에 가지고 있는 도시는 정말 드물다.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도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고, 베를린 시내를 흐르는 강도, 런던브리지 밑은 흐르는 템즈강도 한강만큼 크고 넓지 않다.  뉴욕시를 경계로 흐르는 허드슨강도 대서양과 만나는 하류지역이어서 매우 넓은 강이지만  뉴저지와 맨하탄을 분리하는 경계 역할을 하지 한강처럼 도시를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면서 이렇게 큰 강은 드물 것이다.  조금은 다르지만 비엔나를 흐르는 다뉴브강은  그 크기와 넓이면에서 한강과 비견할 만하다.  또한 그곳에 도나우 인젤과 도나우 시티와 같은  인공적 공간을 만들면서 친환경적이고 친밀한 레크레이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실험은  분명 함께 지혜를 모으면 한강도 그런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Posted by 전성환 흙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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